 배우 곽동연. 사진=티빙지난 2012년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데뷔했던 곽동연은 '구르미 그린 달빛',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SBS '복수가 돌아왔다', tvN '빈센조'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각인시켰다. 그런 그는 최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괴이'에서 재난 상황을 오히려 폭력적 성향을 드러낼 기회로 잡은 '곽용주'로 등장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다시금 선보였다.
곽동연은 '괴이'의 곽용주를 "절대악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해석했다며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악한 성향과 한평생을 살면서 스스로에게 쌓인 악한 성향이 극 속의 상황을 만나며 폭발해버린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곽동연. 사진=티빙Q.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은 어떤지? TV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영상 클립이 포털에 올라오기도 하고, 댓글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괴이'는 주변 분들에게 듣는 후기로 시청자들의 입장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원래 제 모습을 아는 주변 분들도 곽용주라는 역할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였다는 얘기를 해주셔서 너무 다행이었다.
Q. 곽용주는 어떤 아픔과 상처를 가진 인물이라고 해석했는지? 중간에 회상신으로도 나오지만, 아빠 없이 자랐고 엄마와 애인 관계에 있는 남성들에게 꽤나 많은 가정폭력을 당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폭력에 대해 보상심리를 갖게 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한도경(남다름 분)을 만났을 때 나처럼 아빠 없이 지낸 친구라는 점에 연민이나 동정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그런 아픔이 용주의 악행을 합리화할 만한 이유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감독님과 상의하고 설정했던 인물은 그렇다.
기본적으로 저는 곽용주가 말 그대로 악인이기 때문에 그럴싸한 이야기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애초에 잘못된 인간, 애초에 그릇된 가치관을 가진 인간이 자기의 악함을 누구에게도 제지받지 않는 상황이 됐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의 표상이 용주라고 생각했다.
Q. 곽용주는 절대악처럼 느껴지는 인물이기도 한데, 왜 무리를 지어 다니는지 궁금하다.
용주는 늘 엄마에게도, 새아버지들에게도 굴복당한 채 삶을 살아왔다. 누군가를 통제하고 본인이 권력을 쥐고 있는 관계에 대한 욕구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도소에 가기 전에도 무리의 우두머리 행세를 하는 것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켰을 거라고 생각했다. 배우 곽동연. 사진=티빙Q. 액션 등, 몸 쓰는 장면이 많았다.
힘든 건 많지 않았지만, 굳이 하나 꼽자면 너무 사람들을 많이 때려서 오른쪽 허리가 삐끗해서 고생했다. 의자를 던진다거나 몽둥이를 이용해 액션을 할 때는 저보다 상대 배우의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해서 더 긴장이 많이 됐다.
Q. 곽용주의 지옥도와 곽동연의 지옥도를 비교한다면? 용주는 자기가 주먹으로 관계를 맺었던 수많은 악연들을 떠올렸을 것 같다. 그들과 1대 300 정도로 싸우는 끔찍한 광경을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는 거미를 싫어한다. '괴이' 마지막에 큰 거미가 나왔을 때 정말 눈을 찌르고 싶었다. 저도 그 장면과 비슷한 지옥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Q. 인상이 선하고 팬들에게도 바른 청년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자신의 어떤 점 때문에 곽용주 캐릭터에 발탁됐다고 생각하는지? 감독님께서 제 이미지를 반전시키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저랑 처음 만났을 때 MBC '나 혼자 산다'에 나왔던 게 인상 깊었다고 말씀하셨다. 또 용주의 얼굴이 제 얼굴에서 표현하기 좋다고, 분장의 힘을 빌렸을 때 곽동연의 얼굴에서 용주의 얼굴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Q. 함께 액션을 선보이기도 한 남다름 배우와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또 구교환, 김지영 등과는 붙는 신이 없었는데 아쉬움은 없는지. 남다름은 매사에 너무 열심히 하고 열정이 넘치는 배우다. 그 열정을 저도 이어받아서 촬영할 수 있었다.
사실 저보다 어린 분들을 힘들어한다. 워낙 어릴 때부터 형, 누나들이랑 지내는 게 익숙하다. 제가 꼴랑 몇 살 형이라고 다름 씨가 뭘 물어보시는데…저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도 아이스브레이킹 하는 시간을 두 달 정도 가지고 난 이후부터는 서로 편해져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 다름 씨가 성인이 되기도 해서 맥주도 마시면서 관계를 쌓았다.
구교환 형님은 촬영 중 아예 만나지를 않았다. 작품이 공개되기 전 '구교환 배우님이랑 호흡이 어떻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했다. 작품 구조가 가진 특성 때문에 만날 수 없었던 부분이 다른 작품에서 꼭 해소될 수 있길 바란다. 배우 곽동연. 사진=티빙Q. 곽용주는 악인의 정점을 찍는 인물인데, 연기하면서 세웠던 목표가 있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끌고 가고 싶었다. 작품의 긴장도를 쫀쫀하게 가져가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게 100% 충실히 이뤄진 지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악인 캐릭터 유형 중에서는 가장 악독하다고 생각해서 당분간은 착한 놈으로 인사드리고 싶다.
Q. 곽동연 표 악인은 당분간 볼 수 없는 건가? 개인적으로 너무 아름답게 포장된 인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악하지 않더라도 일정 부분 결핍돼 있고 결함이 드러났을 때 캐릭터로서 매력이 배가된다고 생각한다. 악한 인물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Q. 가식 없는 모습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그렇다면 배우로서 스스로 포장하고 싶지 않은 결함이 있는지? 저도 저의 가장 예쁘고 잘난 모습만 보여주길 원하지 않는다. 팬들이랑 말장난을 치거나, 웃긴 사진을 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능 출연할 때도 같은 느낌으로 내내 폼을 잡고 서있는다던가, 멋있는 얼굴만 보여주려고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Q. 1997년생으로 젊은 배우인데도 캐릭터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지금으로서는 제가 많이 부족하고 한창 성장해나가고 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해보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할 수 있을 만한 것 위주로 작품을 선택하려고 한다. '빈센조'에서 맡았던 역할도 20대 중만인 제가 할 수 있었던 역할이었고, 고등학생 때 했던 인물들은 고등학생 때만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지금 제가 가진 것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인물들에 집중한다. 배우 곽동연. 사진=티빙Q.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얼굴은? 특수직업군에 대해 깊이 조명한 작품에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 직업군이 가질 수 있는 수많은 성향, 습관이 또 하나의 인물을 보여주기 좋은 무기라고 생각한다.
Q. 팬들과 유쾌하게 소통하고 있는데, 비결이 있다면? 늘 집에서 어떤 드립을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이 부분에 좀 감사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다. 제 유머 감각이 세상에 노출된 후, 팬들이 소스를 주시니까 그 소스로 제가 양념을 하는 거다. 원천을 주신 심장곽동(곽동연의 팬클럽)에게 감사드린다.
Q. 곽동연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제 작품을 궁금해하셨으면 좋겠고, 때로는 아예 제가 작품에 나왔을 때 못 알아봤으면 좋겠기도 하다. 예고편이 나왔을 때 거기서 연기하고 있는 한 남성이 곽동연이라는 사실을 못 알아차릴 정도로 신선함과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캐릭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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