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고고학' 감독 "두 주인공의 '못남'이 서로 만났다 생각해"[SS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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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전주=황혜정기자] “저는 영실의 ‘못남’과 인식의 ‘못남’이 만났다 생각한다. 저는 관계에 있어서 한번도 훌륭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정말 못났던 이런 것들이 있었을 때 왜 그런게 있었을까 상황을 펼쳐보고 작업하다보니 그런게 그대로 드러났던 것 같다” 3시간에 가까운 영화 ‘사랑의 고고학’의 이완민 감독은 168분간 이 영화에서 조명하는 주인공 영실(옥자연 분)과 인식(기윤 분)의 사랑과 관계를 이와 같이 말했다. ‘사랑의 고고학’은 만난 지 8시간 만에 연인이 된 영실과 인식이 8년간 서로를 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인식은 영실이 자유로운 영혼이라 확신하고 불안해 한다. 결국 인식은 영실로부터 어떠한 상황에서도 함께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내고, 영실은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영화는 헤어진 후에도 매일 연락을 주고받던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한다. 29일, 전주 ‘씨네Q’ 영화관에서 ‘사랑의 고고학’ 상영 및 GV(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감독 이완민과 배우 기윤, 이혜정이 참석했다. 이 감독은 영화의 주제를 ‘사랑’으로 잡은 데에 대하여 “작업을 할 때 제일 제가 신경쓰이는 것을 다루려 했다. 그 당시 가장 신경쓰였던 부분인 것 같다”며 “제가 40대 초반이 되었는데 30대를 관통하면서 신경쓰인 것을 다루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부분은 기윤 배우님이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며 웃었다.
기윤은 영실에게 끈임없이 ‘가스라이팅’을 하는 애인 ‘인식’ 역으로 등장한다. 시종일관 불평불만을 터트리며 영실과의 관계에서 우위에 서려는 인식의 모습에 객석에서는 실소와 한숨이 터져나왔다. 이에 기윤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인식이 하는 행동과 방식에 대해서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소회했다. 이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고 감독님이 인식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도 보내주시고 책도 선물해 주셨다. 그리고 ‘미성숙’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셨다. 인식의 행동을 미성숙으로 생각하니 이해가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현장에서 연기할 때는 미리 주의했던 걸 생각하려 노력하지 않았고, 그런 것들을 다 배제한 상태에서 연기를 했다”고 답했다. 이런 인식에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도 8년간 그의 곁에 있는 영실의 캐릭터는 답답하면서도 현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였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영실을 잡을 때는 극단적으로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사람으로 밀고가고 싶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을 지켜준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그 반대로 영실이 유약한 인식을 지켜준다는 설정을 하고 싶었다. 전형적인 남녀구도를 틀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실 역을 맡은)옥자연 배우도 처음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영실’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우려를 하셨다”며 “저는 끝까지 영실이 상대방을 다 믿었다고 생각한다. 영실은 상대를 의심하질 못했던 것 같다. 일종의 ‘고지식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영실의 그런 측면을 밀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에서는 녹음이 우거진 자연이 종종 등장한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실제로 그런 어떤 푸르름 같은 것들이 저 개인적으로 힘을 주는 것들이라 장면 속에 많이 들어간 것 같다”며 “매일 매일이 폭력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에 초록 속에서 위안을 받는다. 많이 도움 주신 분들이 계셔서 실제 발굴 현장에서도 촬영했다”고 답했다. 또한 168분간의 영화 속 배경은 대부분 여름이었다. 이 감독은 “여름이 등장한 건 제작비 측면이었다. 저희가 사계절 내내 촬영할 수 없었다(웃음)”며 “그래도 여름을 가지고 가고 싶었다. ‘푸르른 날에 벌어지는 이 사랑이 과연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인공의 직업을 고고학자로 설정한 것이 특이했다. 이 감독은 “고고학은 개인적으로 제가 영화를 하지 않았으면 고고학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기회에 접해보자 싶었다”며 “제목을 먼저 ‘사랑의 고고학’으로 정했고 그래서 주인공을 고고학자로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답했다. 시나리오 작성 과정에서 이 감독은 “직간접적인 경험들과 함께 자료조사나 보완작업 등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가스라이팅에 대한 것도 스크랩도 2-3년 넘게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관객 여러분께는 이 영화가 168분으로 얼마나 존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첫 상영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제가 아닌 이 영화가 전한다는 말 하고 싶다. 저는 (168분이라는)이 긴 상태로 영화가 한번은 존재했으면 했다, 줄어들기 전에”라고 말했다. 한편, ‘사랑의 고고학’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선정되었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마인’, 예능 ‘마녀체력 농구부’ 등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옥자연이 주연을 맡아 기윤, 이혜정, 김중기 등과 함께 극을 이끌었다. 이완민 감독은 단편 ‘가재들이 죽는.’(2010)으로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고, 첫 장편 ‘누에치던 방’(2016)으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전부문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했다. et16@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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