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이담. 사진=김태윤 기자지난 2017년 영화 '두개의 빛: 릴루미노'로 데뷔한 이이담은 2020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2021년 tvN '보이스 4'를 통해 차근차근 얼굴을 비쳤다. 이어 지난 10일 종영한 JTBC '공작도시'에서 그는 처음 주역을 맡으며 꼿꼿한 자세에서 나오는 안정감, 깊이 있는 아우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이담이 연기한 인물인 김이설은 아트스페이스진의 도슨트로 윤재희(수애 분)와 친분을 쌓는다. 하지만 이내 김이설이 정준혁(김강우 분)의 아이를 낳았다는사실이 밝혀지고, 그 뒤에숨겨진 또 다른 아픔이 드러난다. 이에 윤재희와 김이설은 서로를 연민하고 힘을 합치지만 재벌 성진가(家)에게 역공을 당하고 만다.
'공작도시'는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사이다'를 안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작품이었지만, 보다 현실적으로 작품을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김이설은 안타깝게 작품 중간에 퇴장해야만 했다. 이와 관련해 이이담은 "드라마를 보는 모두가 윤재희를 응원하게 된다. 그 사람이 바른길을 걷고자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시도하지만, 결국에는 실패한다. 다 함께 무너져내리는 느낌"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드라마가 뻔한 결말이 아니었다는 걸 느꼈다. 드라마를 보는 분들로 하여금 여운을 남기려고 했던 것 같다"며 "저 역시도 작품을 봤을 때 마음이 차분해졌다. 다시 한번 작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할 수 있었던 결말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 이이담. 사진=김태윤 기자김이설은 '공작도시' 처음부터 마지막 회까지 줄곧 미스터리한 인물로 등장한다. 특히 이설의 이야기가 자신의 입을 통해 나오는 게 아니라, 제삼자에 의해 설명된다는 점은 인물에 대한 신비로움을 더했다. 하지만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로서 인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답답함과 아쉬움이 있을 법하다.
이이담은 "'왜 얘기를 하다 말아'라는 시청자 반응이 있었다. 이설이 자기 속얘기를 하는데 결정적인 것들은 못 한다. 그런 얘기를 빨리 했으면 둘이 오해도 없었을 거고,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라며 "하지만 제가 이설이였어도 결정적인 제 이야기는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정준혁이라는 사람한테 겪은 일을 재희한테 이야기할 수 없었을 만큼 재희에게 마음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이설과 윤재희는 단순히 '우정'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복잡미묘한 관계였다. 둘 사이에얽힌 과거를 극복하고 연대하는 과정이 로맨스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이담 역시 두 사람의 관계는 "우정보다 사랑에 더 가까웠다"고 했다.
이어 "사람 대 사람의 사랑인 것 같다. 초반에는 정준혁을 생각하는 마음 옆에 윤재희가 있었다. 그래서 경계심이 많았고 무너뜨리고 싶어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재희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고,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의 변화가 있었다"며 "그렇게 극과 극으로 마음이 바뀌면서 우정보다는 '딥'한 사랑 쪽에 가까워졌던 것 같다. 재희 역시 이설한테 자신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 같은 고백을 하고 이설의 아픔을 공감해 준다. 그런 것들이 우정보다는 더 깊은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배우 이이담. 사진=김태윤 기자하지만 이이담은 작품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어도 이설과 재희는 "서로의 인생에서 사라져주는 걸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친구로 지내기에는 얽혀 있는 사이고, 준혁에 대한 이야기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오해를 푼다고 해도 이설과 재희는 친구가 되기 힘들 것"이라면서 "이설이 안 죽었다면 결국 서로를 위해 떠나게 될 것 같다. 우정보다는 깊은 애틋한 사이인 것 같다"라고 작품에 대한 또 다른 여운을 남겼다.
보통 배우들은 실제 나이와 비슷한 연령대의 인물을 연기한다. 하지만 인물이 가진 나이와 정확히 똑같은 나이의 배역을 맡는일은 그리 많지않다. 올해27세로 극 중 김이설과 같은 나이인 이이담은 "나이 설정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라며미소지었다.
이이담은 "(나이가 같아서) 인물에 더 몰입이 됐다. 저라면 이설만큼 못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아픔을 겪으면 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설은 그렇지 않았다"라며 "진짜 제 주변에이설 같은 친구가 있으면 언니같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이설은 더욱 더 큰 고통을 받았고,시청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겼다. 이이담은 "워낙 마른 체질이라서 촬영 시작할 때체중감량을 해야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 촬영을 하다 보니까 살이 3~4kg 정도 빠졌다"며 "빼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밥도 잘 먹고 지냈는데, 이설의 영향이 저도 모르게 있었던 것 같다. 모니터링을 하는데 몸이 너무 말라지는 게 보였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배우 이이담. 사진=김태윤 기자탄탄한 연기력과 깊이 있는 분위기를 품고 있는 이이담은 소속사인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에서 큰 기대를 품고 있는 신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이이담은 "믿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걱정하는 마음은 있다. 하지만 배우로서 많은 작품을 할 수 있게끔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부족하겠지만 믿어주시는 만큼 오랫동안 노력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공작도시'를 비롯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에 많이 출연한 이이담은 "원래는 잔잔한 영화들을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로맨틱 코미디, 오락성 영화, 액션, 코미디를 많이 보고 있다"라면서 "그거랑 별개로 제가 할 수 있게 된 캐릭터들은 다 죽거나 가정사에 아픔이 있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러니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저를 뽑는 감독님이나 연출하시는 분들께서 저의 그런 면을 매력적으로 봐주신 게 아닐까 싶다"라고 웃었다. 배우 이이담. 사진=김태윤 기자수애와 케이트 블란쳇을롤모델로 꼽은 이이담은"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수애 선배님을 굉장히 존경해서 작품을 찾아봤다. 현장에서 선배님을 뵙고 영광스러움을 넘어서는 기분을 느꼈다. 표현하기 힘들 만큼 믿기지 않았다"라며 "제가 낯가림도 심하고 붙임성이 많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선배님께서 먼저 말 걸어 주시고, 굉장히 잘 챙겨주셨다. 새삼 팬이었지만 더 팬이 됐다"고 깊은 애정을 표했다.
국내 관객에게는 '반지의 제왕'과 '토르' 등으로 잘 알려진 케이트 블란쳇을 롤모델 삼은이유를 묻자 이이담은 "(케이트 블란쳇은) 보이스가 낮을 때도 있고 높을 때도 있다. 그리고 연기한 캐릭터들이 외형적으로 다 엄청난 변화를 줬다"고 했다.
이어 "배우가 캐릭터들을 굉장히 입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멋있엇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자연스럽게 들었다. 배우가 단순하게 연기력, 표정, 감정도 중요하지만 보이스에서 주는 많은 느낌이 있다"라며 "케이트 블란쳇이 가진 중성적인 이미지도 있다. 키도 크고 몸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있어서 힘이 있다. 저도 키가 좀 있는 편이라 그런 면을 본받고 싶다"라고 팬심을 드러냈다.
'공작도시'로 첫 주연을 맡은 이이담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 기대되는배우다. 그런 그는 "많은 분이 찾아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연기력을 인정받게끔 노력할 것이다. 연기력을 인정받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배우가 되는 게 제 목표"라고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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