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한지은. 사진=시크릿이엔티지난해 '도시남녀의 사랑법' 종영 당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지은은 "그동안과 다른 결의 인물에 도전했다"라는 말을 했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발랄한 느낌의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그가 사뭇 다른 면모가 있는 인물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인 tvN '배드 앤 크레이지'의 이희겸 역할은 그에게 있어 "완전히 도전"이었다. '도시남녀의 사랑법' 선영이 그래도 과거 배역들과의 교집합 부분이 있었다면 '배드 앤 크레이지'의 희겸은 아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희겸이지만 한지은이나 유선동 감독이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여성 형사의 이미지와는 다르길 바랐다. 한지은은 "형사라고 하면 워낙 현장에서 바쁠테니 꾸밀 시간도 없고 통이 큰 옷을 입고 운동화를 신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드라마는 장르적 특성도 있는데다 희겸의 서사가 대본에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외적인 모습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메이크업을 꽤 짙게 하고, 펌 헤어스타일에, 달라붙는 스타일의 옷을 입었고, 일부러 구두를 신기도 했다. 한지은은 "'제니퍼 로렌스처럼 가자'라고 하셔서 일단 알겠다고는 했는데, 차마 기라성 같은 배우처럼은 못 하겠어서 참고만 했다. 따올 건 따오지만 제가 생각한 희겸이로 가자 싶어서 제 생각을 믿고 갔다"고 이야기했다. 배우 한지은. 사진=시크릿이엔티이희겸이라는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왜 형사라는 직업을 택했는지 자세히 그려지지 않았다. 한지은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희겸의 사연들을 상상해 봤다. "제가 만들어 낸 서사는 부유한 집안의 돌연변이다. 한 번쯤은 큰 우울증을 앓았을 것 같다고 설정했다. 누구보다 아쉬울 것 없이 예쁘게 자랐는데, 굳이 마약반에서 정의감을 표출한다는 것 자체가 그냥 경찰이 좋아서일 수도 있지만 사회에 대한 불만과 반항심을 직업으로 표출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의로 똘똘 뭉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설정을 토대로 희겸이를 준비해 나갔다. " 이 인물을 준비하면서 신경을 쏟은 점 중 하나는 액션이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국가대표 급 유도 실력을 가진 실력자처럼 보여야 했다. 한지은은 "체전 금메달까지 딴 인물이라 싸움을 잘 하고, 주먹도 다를 거라 생각했다. 한 달 동안 액션스쿨을 하루도 안 빠지고 아침에 가서 저녁에 왔다. 그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조건 출퇴근을 했다"며 "원래 절권도를 배우고 있었는데 그때 조금이라도 접했던 것들이 적응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절권도는 한지은이 이전에도 재미있고 하고 있다고 언급했던 무술이다. "어떻게 하면 운동을 재미있게 할까 생각하다가 한 게 절권도였는데 재미있었다"고 절권도 계기를 밝힌 한지은은 "운동을 하면 에너지를 받아야 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에너지를 뺏긴다는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는 운동을 찾고 있었다. 제가 크라브 마가를 했던 걸 주변에서 아니까 절권도를 추천해 주더라"고 했다.
이스라엘 무술인 크라브 마가를 배웠다는 것 또한 독특하다.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 선배님이 하신 그런 액션이다. 동선이 크지 않으면서도 완전 실전 무술이다. 대중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유니크한 게 뭐가 있을까 수소문을 하다가 시작하게 됐다. " 배우 한지은. 사진=시크릿이엔티본격적으로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발차기에 대한 칭찬을 많이 받았다. "제가 승부욕이 있고 깡이 좀 있다"는 한지은은 "액션스쿨 다닐 때 감독님께서 발차기를 주력으로 해서 밀고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해주셨다. 나중에 액션을 더 하게 된다면 발차기를 많이 하는 액션이 좋을 것 같다"고 희망사항을 드러냈다. 이런 말을 하게 된 이유에는 '배드 앤 크레이지'에서 액션 욕망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희겸이도 보통 애가 아니고 좀 더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실력 발휘를 못 해 속상했다. 나중에 액션 장면이 있긴 했지만 아직 속이 시원하게 하지는 못했다"며 또 다른 액션 작품을 원했다.
이희겸의 개인적 서사와 마찬가지로 'ex-연인' 류수열(이동욱 분)과 이희겸이 이별한 이유도 확실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한지은은 왜 이희겸이 류수열을 좋아하게 됐고, 왜 사랑하는 그와 헤어지게 됐는지 자신이 생각해 본 서사를 설명했다. "희겸이는 일단 수열이 잘생겨서 좋아했다. 수열이 어떤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수열이어서 좋아했을 것 같다. 조금씩 비열한 모습과 단점이 보였지만 그걸 껴안으면서 끝까지 좋아했을 것 같다. 이 사람의 비열한 모습이 쌓였고, 결정타로 희겸한테도 배신을 때렸다고 상상했다. 큰 배신감으로 인해 헤어진 것이라 설정했다. " 류수열을 향한 애증은 이희겸을 류수열에게로 다시 이끌었다. 한지은은 "저런 놈을 좋아했던 내 자신이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끌리는 마음이 공존했을 것 같다. 수열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처음엔 곱게 보지는 않았을텐데, 진짜로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지면서 헷갈리는 거다. 싫지는 않은 느낌이었을 거다. 예전 좋았을 때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배우 한지은. 사진=시크릿이엔티류수열이 이희겸을 '희야'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장면이 있었다. 이 장면에 대해 한지은은 "대본에 있던 건 아니고 (이동욱) 오빠가 만들어 낸 거다. 키스신 전까지 둘의 서사가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키스신에 개연성이 있고, 갑작스러워 보이지 않으려면 멘트나 제스처에서 관계성을 만들어야 될 것 같았다"고 전했다.
배우가 직접 만든 설정을 거쳐 완성된 키스신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가볍고 장난스러운 느낌이었지만 유선동 감독의 코치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었다. "감독님께서 전에 만났던 연인이고, 마음이 풀려 있기 때문에 장난스러울 것 같지 않다고 그러셨다. 자세 같은 건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좋아해 주시더라. 찍을 때는 그런 분위기까지 나올 줄 몰랐는데 방송을 보니까 느낌있게 나왔더라." 함께 연기한 이동욱, 위하준과는 금세 친해지면서 케미를 만들어 갔다. 이동욱에 대해 한지은은 "실제로도 츤데레 스타일"이라며 "처음에는 오빠가 너무 잘생겨서 '차가우면 어떡하지' 했는데, 안 그렇더라. 장난을 쳐도 잘 받아주고 위트가 있다. 희겸이가 수열 앞에서 많이 우는데, 그럴 때에도 옆에서 다독여주고 배려해줬다. 액션할 때도 물리치료사처럼 도와줬다"고 이야기했다.
위하준에게는 장난을 치면서 가까워졌다. "상냥하고 묵직한 스타일"이라고 곁에서 겪은 위하준에 대해 말한 한지은은 "하준이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액션 욕심을 많이 부렸다. 하준이에게 '나는 너의 경쟁자'라면서 장난을 걸었다. 화물칸에 갇힌 장면에서는 하준이에게 문을 여는 요령을 배워서 보완해 나가는 식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배우 한지은. 사진=시크릿이엔티류수열과 K는 같은 몸 안에 있는 두 개의 인격체다. 2인 1역이라는 점은 배우로서 탐이 날 만 하다. 한지은은 "부러운 마음이 있었다"라며 "K 캐릭터가 부러웠다. 정말 자유로운 인물이지 않나. 너무 자유롭다는 점이 희겸이와 정말 상반된다"고 했다. "희겸이로서는 뭘 더 하고 싶은데 절제해서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하준이가 자유롭게 연기를 할 때마다 재미있어 보였다. 그리고 수열 캐릭터도 부러웠던 부분은 어쨌든간 배우로서 해볼 수 있는 최고의 캐릭터였던 것 같다. 비열할 때와 나중에 이중인격을 알았을 때 변해가는 과정, 또 변했을 때의 모습까지 이중적 서사를 완벽하게 해볼 수 있는 캐릭터라서 그런 부분이 좋아 보였다. "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해준 이번 드라마는 한지은에게 그야말로 '배드'하고, '크레이지' 했다. 한지은은 "장르적으로 새로웠고, 다음에 좀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생기게 해줬다. 말 그대로 나에겐 배드하고 크레이지한 작품"이라고 의미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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