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주년 맞은 뮤지컬 '시카고' 내공과 패기가 어우러진 신구조화 21년 함께한 최정원 "여전히 행복" 새롭게 합류한 티파니 영 "꿈에 그리던 무대"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처음 하는 배우는 있어도 한 번만 하는 배우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주)
뮤지컬 '시카고'가 한국에서 21살을 맞았다. '시카고'의 살아있는 전설 최정원, 김경선부터 새로운 매력을 더할 티파니영, 민경아까지. 능숙함과 풋풋함이 하나된 21주년 '시카고'는 변함 없이 뜨거운 에너지를 전한다.
'시카고'(연출 타냐 나디니·김태훈, 제작 신시컴퍼니)는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교도소에서 만난 두 사람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를 중심으로 한다. 교도소 최고의 스타 벨마 켈리가 정부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록시 하트에게 인기를 빼앗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카고'의 시작은 '시카고 트리뷴'지의 기자이자 희곡 작가였던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쓴 연극 '시카고'다. 연극은 호평을 바탕으로 1927년 무성영화 '시카고'와 1942년 영화 '록시 하트'로 제작됐고, 1975년 밥 파시와 존 칸더, 프레드 엡에 의해 뮤지컬로 탄생했다.
이후 1996년 연출가 월터 바비와 안무가 앤 레인킹에 의해 리바이벌됐다. 브로드웨이에서 24년간 1만 회 가까이 공연되며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롱런하고 있는 뮤지컬로도 손꼽힌다. 전 세계 36개국, 500개 이상 도시에서 3,3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시카고'와 함께했다.
한국에서 처음 관객을 만난 건 2000년이다. 라이선스 프로덕션으로, 오리지널 공연과는 차별화된 버전이었다. '시카고'는 재즈 음악이 매력적인 작품인 만큼, 국내외 재즈 연주자들이 연주를 선보였고, 안무 역시 기존의 밥 파시 스타일을 추구했다. 인순이, 허준호, 최정원, 전수경 등이 '시카고'의 시작을 함께했다.
2003년 영국 웨스트앤드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 후, 2007년 국내 레플리카 프로덕션의 첫선을 보였다. 최정원, 배해선, 옥주현, 성기윤 등이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스태프들에게 직접 코치를 받으며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2008년에는 남경주가 빌리 역으로, 극단 시키의 수석배우로 활동한 김지현이 벨마 역으로 합류했다.
2009년에는 2000년 초연을 함께한 인순이, 허준호가 돌아왔고, 이후 2010년, 2012년, 2013년까지 연이어 공연되며 꾸준하게 사랑받았다. 2014년과 2015년에는 벨마 역에 최정원, 록시 역에 아이비가 단일 캐스팅돼 99회의 공연을 완주했다. '시카고'를 대표하는 두 배우답게 성공적으로 공연을 이끌어갔고, 당시 객석점유율 93%를 기록했다.
2015년에 이어 2017년에는 오리지널 배우들이 한국을 찾아 관록 넘치는 '시카고'를 선보였다. 2018년에는 최정원, 아이비, 남경주, 김경선 등 오랜 시간 '시카고'와 함께해온 배우들을 비롯해 박칼린, 김지우, 안재욱이 새롭게 참여했다. 해당 시즌에서 국내 누적 공연 1,000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6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시카고'의 21주년 기념 공연을 선보이는 자리가 열렸다. 이번 21주년 기념 공연은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시즌 역시 기존 배우들과 뉴 캐스트의 조화가 눈에 띈다. 초연부터 21년간 '시카고' 무대에 오르며 '시카고'의 역사가 된 최정원과, 2012년 이후 다섯 번의 시즌을 함께한 아이비가 또 한 번 벨마 켈리, 록시 하트로 분한다. 2012년 록시 하트로 무대에 섰던 윤공주는 9년 만에 '시카고' 무대로 돌아와 벨마 켈리로 변신한다.
최정원은 "이 고귀한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는 게 행복하다. 이번 시즌 배우들의 넘치는 재능 덕분에 회춘하는 느낌"이라며 다시 한 번 '시카고'를 만난 소감을 유쾌하게 전했다.
이어 "두달 반 정도를 연습했다. 첫 공연만을 기다리며 달려왔다. 빨리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무대에서 울컥했다. 21년째 하고 있는데도 행복하다.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난 순간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작품을 향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또 "'시카고'에서 빠지게 된다면 이제 무대 위에서 살아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일 것 같다"며 "나이가 들수록 재미있어서 욕심을 버리기 힘들다. 언젠가 누군가의 공연을 객석에서 보게 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아이비는 "하면 할수록 부담 되는 게 '시카고'라는 작품인 것 같다. 첫 공연 때 너무 긴장돼서 심장이 제 귀 옆에 있는 줄 알았다. 동료 배우들과 함께 한다는, 앙상블의 힘으로 2시간을 견뎌내고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긴장감을 전했다.
또 "이번 시즌만큼 고민해본 게 처음이다. 잠이 안 올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며 "어떻게 하면 록시의 이야기를 진실되게 보여드릴까 고민했다. 진실되게 꿈꾸는 모습을 관객들 머릿속에 그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윤공주는 "'시카고'의 매력을 이제야 느꼈다. 연습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이 즐거움과 매력을 관객분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9년 전 록시 하트를 한 것은 지금 벨마를 하기 위한 사전 연습이었던 것 같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록시 하트에서 벨마 켈리로 변신한 소감을 전했다.
티파니 영과 민경아는 200:1의 경쟁률을 뚫고 록시 하트로 발탁됐다. 티파니 영은 2010년 '페임' 이후 약 10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꼭 하고 싶은 작품으로 '시카고'를 꼽아왔던 그는 드디어 그 꿈을 이루게 됐다. 티파니는 "너무나 꿈에 그리던 무대, 역할이었기 때문에 첫 공연날 멍했다. 연습하는 동안 연출님, 배우분들 덕분에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는 능력을 배우게 된 것 같다. 그동안은 무대를 하면 업되고 취해있는 기분이었는데, 어렸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매회 스토리텔링에 진심을 다해 임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가장 크게 남은 디렉션은 록시를 최대한 사랑하고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대한 나의 록시를 보호하고, 인간적인 록시를 표현하고 싶었다. 매일 대본을 다시 보고 있다. 볼 때마다 또 다른 걸 느끼고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와 뮤지컬 배우를 오가는 활동에 대해서 티파니는 "너무 구분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장르가 다를 뿐, 계속 노력하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엔터테이너가 늘 목표였고, 앞으로도 그룹과 뮤지컬 배우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렌트'의 모린 역할로 내재된 끼를 확실하게 분출한 바 있는 민경아는 록시 하트로 또 한 번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다. 민경아는 "집에서 늘 영상으로 봐왔던 작품이다. 이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다. 올해 딱 서른 살이 됐는데 '시카고'라는 작품을 만나게 돼 큰 성장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 인생에 큰 변화를 주는, 성장할 수 있는 시작이 된 것 같다"며 "있는 그대로 하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돼서 생각이 많았다. 연습실에서도 많이 울었다. 무언가를 더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왜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를 고민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빌리 플린 역에도 두 명의 새로운 얼굴이 합류했다. 박건형과 최재림이다. 박건형은 "20년을 기다려왔다"며 "웬만해서는 떨지 않는 성격인데, 결혼식 이후로 가장 많이 떨었다. 요즘 같은 시국에 객석을 꽉 채워주신 관객분들을 보는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 좋은 공연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떨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 땀, 눈물이 담긴 공연이 빛을 발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역대 최연소 빌리인 최재림은 본인을 '복화술의 달인'이라고 소개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실제로 극 중 복화술을 해야하는 장면인 'We Both Reached For the Gun'을 능숙하게 소화해 감탄을 자아냈다. 최재림은 "거의 매 시즌 공연을 보면서 '배우들이 얼마나 즐거울까'하는 생각을 했었다"며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드레스 리허설을 너무 많이 해서 첫 공연을 끝낸 기분으로 첫 공연을 했다. 좋은 앙상블 합을 가진 팀"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마 모튼 역의 김경선 역시 2007년 이후 지금까지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김경선은 "다들 '이제 자다깨서도 하지 않냐'고 하시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만큼 '시카고'가 소중하기 때문에 더 떨리고 간절했다. 무대에 등장하기 전에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관객분들이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시는 걸 보고 울컥했다. 공연을 마치고 난 뒤에는 '이 맛이구나' 싶었다"고 애틋함을 표현했다.
이어 "'시카고'는 김경선이라는 배우를 알려준 작품이기도 하고, 배우 인생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작품이기도 하다. 전세계 최연소 마마로 시작했다가 이제 마마의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 할 때마다 조금씩 발전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준비했다. 인생 배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마마 모튼을 연기하는 김영주는 "'시카고'는 처음 하는 배우는 있어도 한 번만 하는 배우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도 초연 이후 2018년에 다시 마마를 만났다. '시카고'는 위대한 작품이다.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최선을 다해 연습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