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김하늘, 박수 받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배우

tvN 드라마 '킬힐'은 김하늘에게 여러 모로 새로운 작품이었다.
이처럼 욕망이 강한 캐릭터를 해본 것도, 여성 배우들이 주축이 되는 작품을 한 것도 드문 경험이었다.

"몇 년 전부터 여자 배우들과 촬영을 해보고 싶었다"고 한 김하늘은 "대부분 남자 배우와의 로맨스를 하거나 조금 어린 친구들과 했었다.
여자 배우들과 촬영한 작품이 없더라. 그래서 다른 분들이 여배우들이랑 촬영하는 걸 보고 부럽기도 하고, 분명 교감할 부분이 있다고 느껴서 하고 싶었다"며 "마침 이 작품이 들어왔고, 두 분 다 너무 좋아하는 선배님들이라서 환호를 지르며 촬영했다.
배우는 것도 많고 의지도 하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김하늘의 연기 경력도 만만치 않기에 그동안 촬영장에서는 그가 선배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혜영, 김성령이라는 버팀목들이 있었고, 김하늘은 주연 배우 중 막내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김하늘은 "처음에는 되게 많이 긴장했다.
존경하고 연기 잘 하시는 선배님들이라서 긴장을 하는 바람에 NG를 많이 냈다.
NG를 정말 내고 싶지 않았는데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촬영장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봤다.

웃음기가 섞인 작품이 아니다 보니 각자 자신의 캐릭터에 오롯이 집중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김하늘은 "선배님들 역시도 캐릭터가 쉽지 않아서 다들 풀어지지 않고 캐릭터에 몰입했다.
쉬어가는 시간에도 사담을 못 나누고 안부만 물었다.
극 중간, 후반부터는 마음이 많이 풀어져서 얘기를 많이 했는데, 나 혼자 긴장을 너무 했구나 싶을 정도로 따뜻했다"고 이야기했다.

이혜영, 김성령과의 호흡에 대해 김하늘은 "이혜영 선배님은 애교도 많으시고 분위기 메이커였다.
제가 막내이지만 제일 긴장하고 표정이 굳어 있었는데, 혜영 선배님이 농담도 하고 안부도 물어보면서 편하게 해주셨다.
성령 선배님도 현장 분위기를 편하게 해주신다.
이미지와 비슷하게 유하고 편하다"며 "촬영이 좀 더 진행됐으면 언니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좋은 현장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연기에 몰입해서 잘 하셔서 촬영 안과 밖에서의 애티튜드를 보면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김하늘은 "어렵지 않은 신이 없었다"며 우현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느낀 점을 말한 바 있다.
시어머니와 소리를 지르면서 대립하고 결국 따귀는 맞는 신이 있었는데, 이 장면을 그중에서도 어려웠던 장면으로 꼽았다.
김하늘은 "그렇게 격앙돼서 소리를 지르고 악다구니를 쓰면서 하는 연기를 20년 경력이 넘는데도 찍어본 기억이 거의 없더라. 그런 신들은 집에서도 혼자 해보지 않는다.
혼자 그렇게 해버리면 감정이 벌써 해소가 되버린다.
이런 신들이야말로 마음 속에 가지고 있다가 현장에서 배우와 붙을 때 첫 테이크로 해버리는 편"이라고 했다.
이어 "어떤 목소리로, 어떤 감정으로, 어디까지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했는데 너무 잘 하고 싶은 신이었던 만큼 긴장을 했다.
음이탈도 날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안 했던 연기 감정들이어서 많이 긴장했고, 너무 잘하고 싶은 신이었기에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욕망만 좇아가는 우현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격하게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던 만큼 탈진할 정도로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
하루종일 격렬하게 감정 표현을 해야하는 장면들이 연속으로 있던 날이었다.
김하늘은 "모란(이혜영 분)의 사무실에 가서 책상에 있는 물건을 던지고 소리 지르고 흥분하는 감정신들을 하루종일 찍었다.
그날 새벽까지 찍었는데, 마지막에도 그런 신이 하나 남아서 감독님한테 도저히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잘하고 싶은데 에너지를 너무 소모해서 도저히 소화를 못할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시간이 타이트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 날 찍어야 했다.
소리를 지르고 감정 연기를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주저 앉을 정도였다.
그때 감독님이 스피커로 '하늘씨 할 수 있다, 분명 잘 할 수 있으니까 조금만 힘을 내, 믿는다'고 하셨다.
갑자기 에너지가 나더라. 완전히 바닥까지 체력이 떨어져서 못하겠고, 혜영 선배님한테 누가 될 정도로 무너졌었는데, 그 말 덕에 다시 올라와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신이 결과적으로 잘 나왔다.
그때 팀워크를 느꼈고, 정말 좋은 분들과 촬영했구나 느꼈다"고 털어놨다.

'킬힐'은 로맨스 대표작이 많은 김하늘에게서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말랑말랑한 로맨스를 많이 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로맨스가 목마르고 또 하고 싶다"고 우선 말한 김하늘은 "'킬힐'은 내 감정 안에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한 작품이다.
굉장히 어려웠고, 그만큼 잘하고 싶었다.
끝내고 나니까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우현을 열심히 연구하고 제 안에서 부딪히면서 표현해냈다.
끝나고 나니까 저한테는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며 "전 작품들은 다음 작품에서 올라갈 용기와 밑받침이 된다.
이번에는 이런 캐릭터를 해보니 시야가 넓어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몇 개월 간의 작업을 거치면서 느낀 점을 말했다.

우현을 비롯해 '킬힐'의 등장인물들은 욕망을 향해 달려갔다.
우현은 마지막까지도 욕망을 놓지 않았다.
김하늘은 "욕망만을 위해서 가는 건 언젠간 부러지게 된다는 걸 알았던 것 같다.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욕망의 눈빛을 보여주면서 끝나는데, 욕심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 더 향하고 싶은 캐릭터였던 것 같다"며 마지막 장면을 언급했다.

우현이 아닌 김하늘이 '킬힐' 현장에서 지니고 있던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김하늘은 "여자 주인공 중에서 막내인 것이 몇 년 만에 처음이었다.
항상 제가 선배이고 '18 어게인' 때는 감독님이 저보다 어리거나 스태프들이 저보다 어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후배가 많은 현장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킬힐'에서는 제가 막내인 거다.
현장에서 그냥 막내 역할을 잘 해서 사랑 받고 싶은 욕망이 컸다.
그걸 잘 하지는 못했지만"이라며 미소를 덧붙였다.

연기력으로 인정 받고 싶고, 새로운 배역에 도전하고 싶은 건 배우로서 당연한 욕망이다.
김하늘은 "항상 작품 안에서 좋은 연기를 하는 게 꿈이고 욕심이다.
'킬힐'도 그랬지만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도전해 보고 싶다.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고, 잘 완성하고 싶다.
박수 받고 싶다.
좋은 작품에서 머무르지 않고 도전하면서 박수 받고 싶은 배우가 되는게 저의 욕심이고 욕망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게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스스로에게 있다.
김하늘은 "학창 시절부터 눈에 띄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뭘 하고 싶은지, 어느 대학을 가고 싶은지 몰랐고, 꿈이 없었다.
도대체 내가 하고 싶은게 무엇인가, 잘하는게 무엇인가 항상 고민한 기억이 있다.
연기자를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발견을 하고, 나라는 사람을 알게 됐다.
이렇게 깊게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직업이 너무 소중하고 좋다"며 "저를 계속 돌아볼 수 있고, 나를 사랑할 수 있고, 알아갈 수 있는 게 연기이기 때문에 저 자신이 가장 큰 원동력 같다"고 자신의 직업을 향해 가지고 있는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