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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 전주영화제]홍경표 촬영감독, 자연의 경이 맛본 '유랑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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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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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 촬영 막바지에봉준호 감독이 '이상일 감독이 신작 작업을 함께 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줬어요. 처음에는 스케줄이 너무 타이트해서 고사할 뻔 했는데,어떻게든 조정을 해서라도 꼭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브로커' 촬영 뒤로 넘어가게 됐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촬영 직후 '유랑의 달' 작업에 돌입한 홍경표 촬영감독은 "'브로커' 이전에 '유랑의 달' 제의가 있었다"라고 밝히며 이상일 감독과의 접점에 봉준호 감독이 자리했다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과 이상일 감독은 20년 가까이 친분을 이어오고 있는 사이다.
홍경표 촬영감독은"이상일 감독이 '기생충' 촬영 현장에 놀러 온 적이 있다.
저도 이상일 감독의 '분노'를 감명 깊게 본 기억이 있어서 서로의 작품 이야기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라고 인연의 시작점을 덧붙였다.


영화 '유랑의 달' 스틸컷.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이상일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이 첫 호흡을 맞춘'유랑의 달'은 지난 28일부터 진행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관객에게 선보이게 됐다.
나기라 유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열아홉 살 대학생 후미(마츠자카 토리 분)가 사연을 지닌열 살 소녀사라사(히로세 스즈 분)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납치 혐의를 받게 되고, '소아성애 범죄'의 낙인이 찍인 채 15년의 시간이 흐른이야기를 담는다.


번역된 시나리오를 받아보기에 앞서 원작을접한 홍경표 촬영감독은텍스트의 표현력과 디테일한 감정들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소설을 읽고 책장을 딱 덮으면 아련한 감정으로 다가오는 것들이 있잖아요. 디테일한 것들을 차치하더라도 말이죠. 무엇보다 소설을 읽으면서 '아, 이 소설가가 영화를 좋아하는 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이후 이상일 감독의 시나리오를 받고선 약 두 시간 안에 복잡한 공간과 소설이 지닌 감정을 압축한 것에 감탄을 표했다.
이상일 감독과의 작업이 "매우 좋았다"라고 단번에 고개를 끄덕인 홍경표 촬영감독은 "의사소통이 원만하진 않았지만 이상일 감독 특유의 감정 전달 방식이 좋았다.
사실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땐 이전 작품인 '악인'이나 '용서받지 못한 자'와 비교해 '이상일 감독이 이런 영화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에 비하면 미니멀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이야기를 주고받아보니 '이래서 하고 싶었구나' 싶더라. 들여다 보면 다른 이야기들이 함축돼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기생충'을 끝으로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함께하던 촬영팀을 해체한 그는 '다만악'에 이어 '유랑의 달'에서도 새로운 스태프와 호흡했다.
그는 "전체적인 컨트롤은 제가 하는 것이니 이번 촬영에선 일본 스태프들과 함께했다.
특히 '분노' 조명감독을 맡았던 나카무라 유키 감독님과 함께했는데, 일본에서 정말 유명한 분이시다.
제가 좋아하는 이와이 지 감독의 초창기 작품도 모두 이분과 함께한 작품"이라며 "이야기가 정말 잘 통하더라. 저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감각이 뛰어나시다.
그래서 더 편하게 작업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일본 촬영 시스템 자체는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며 "한국의 옛날 방식과 비슷하다.
지금의 한국은 굉장히 세분화돼 있고 현장 편집도 있는데 일본은 세분화가 덜 됐고 현장 편집이 없다.
'브로커' 촬영 때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은 현장 편집을 쓰지 않았다.
카메라 옆에서 총괄했고, 모니터도 잘 보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홍경표 촬영감독.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일본 스태프와 촬영한 '다만악'과 일본 감독과 함께한 '브로커'가 있었지만, '다만악'의 경우 짧은 로케이션 일정이었던데다 '브로커'는 한국 스태프와 함께했다.
그렇기에감독을 포함해 모든 스태프가 일본인인 동시에로케이션까지일본인 '유랑의 달'은 홍경표 촬영감독에게 그야말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팬데믹이 겹친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
촬영 전 자가격리 기간을 가진 탓에 로케이션을 직접 훑어보는 것도 어려웠던 것. 그는 "시간이 없어서 자가격리 기간동안 화상 회의를 통해 로케이션을 확인했고, 비디오와 사진들을 보며 결정했다.
이후 결정이 미진한 부분들, 반드시 제가 봐야 하는 장소인 호수, 커피숍, 마지막 장면의 아파트 등은 남겨뒀다가 일주일 만에 다 돌아봤다"라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로케이션 투어가 이루어진 '유랑의 달'은 홍경표 촬영감독만의 감각적인 장면이 즐비해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일본의 아름다운 풍광은 물론, 창문으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 구름 사이로 밝은 빛을 내뿜는 달, 일렁이는 호수의 물결 등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담겼다.


그는 "일본은 공기가 깨끗하고 무엇보다 도시가 아름답다.
한국 도시가 조금 거친 느낌이라면 일본은 굉장히 잘 정리된 도시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것들이 프레임 구도나 색감을 잡을 때 영향을 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유랑의 달' 스틸컷. 사진=전주국제영화제

특히 홍경표 촬영감독은 수차례 자연의 경이를 맛봤다고 전했다.
커튼으로 드리우는 햇살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날엔 쨍한 햇살이 도움을 주는가 하면, '유랑의 달'에 없어선 안될 '달'도 아름답게 하늘을 밝혔다.


"영화 속 달은 모두 실제로 촬영한 것들이에요. 영화에 있어 달이 중요했기 때문에 아주 작정을 했죠. '브로커' 마지막 촬영을 부산에서 진행했는데, 쫑파티를 하고 바닷가로 나서는데 달이 떠있길래 그걸 찍어다 이상일 감독에게 보내기도 했어요. '유랑의 달'이라는 게 아직 날이 밝을 때 보이는 달 느낌도 있어서 놓치지 않고 찍어서 보내준 거죠. 일본 촬영팀에게도 달이 보일 때마다 항상 찍어 두라고 했어요. 일본은 우리보다 달이 더 잘 보이더라고요."

모든 촬영이 맑은 날을 요하는 건 아니었다.
호수에서의 3일간 촬영은 맑은 날과 비 오는 날이 동시에 필요했다.
그는 "어린 시절 호수에서 헤엄치는 장면은 상쾌하게 나와야 했고, 어떤 날은 흐리고 바람이 불어야 했는데, 운 좋게 날씨가 도와줘서 3일 만에 모든 촬영을 완료할 수 있었다.
원하는 대로 그림이 그려져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후미와 사라사가 우산을 받쳐 들고 다리를 건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쏟아지는 장면이 있어요. CG가 아니라 배우들이 걸어가는 순간 실제로 해가 나온 거거든요. 이 장면이 두 사람의 미래를 그리는 운명적인 느낌도 있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럭키한 장면이 나올 수 있었을까'라고 할 정도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꼈어요."

그는이렇게나 자연이 도와준 것은 '버닝' 이후 처음이라고 덧붙이며 "인위적으로 장면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자연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
한 줄기의 해가 더해짐으로써 기대치 않은 장면이 나올 수 있는 거다.
'버닝'에서도 새가 의도치 않게 카메라 안으로 날아들면서 새로운 장면이 탄생했지 않나. '다만악'에서도 노을 장면을 준비했었느데, 흐려서 포기했다가 10분 만에 날씨가 완전히 뒤바뀌어서 놀란 기억이 있다.
이럴 때마다 촬영감독으로서는 쾌감을 느낀다"라고 지난날을 곱씹었다.


홍경표 촬영감독. 사진=뉴스1

1989년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촬영 보조로 일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인 홍경표 감독은 1994년 가수 김수희가 감독을 맡은 '애수의 하모니카'로 촬영감독으로서의 출발선을 끊었다.
이후 '태극기를 휘날리며', 'M', '마더', '설국열차', '곡성', '버닝', '기생충' 등 대작들의 촬영을 맡으며 한국영화 발전의 꼭지점에 올랐다.


약 30년 간 영화에 매진해온 그는 여전히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며 "기술적인 새로움보다 정서적이거나 감정적인 새로움을 얻고 싶다.
소설로 치면 문장이나 단어들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들이 있지 않나. '유랑의 달'도 제게 그랬다.
관객들이 영화를 봤을 때 '새롭다'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촬영에 푹 빠져있을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현장이 너무 좋다.
촬영하는 것 자체가 원동력이자 에너지다.
힘들다가도 좋은 장면을 포착할 때 순간적인 짜릿함을 느끼는데 엔도르핀이 확 들어오게 된다"라고 답했다.
이어 호랑이 해에 촬영감독으로 데뷔해 올해가 다시 호랑이 해가 됐다며 과거를 돌아본 그는 "이전 것을 모두 잊어버리고 새롭게 하고 싶다"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지금보다 더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때는 이전 것을 모두 잊어버리고, 뒤돌아보지 않고, 새롭게 쌓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잊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잊혀지지는 않겠지만 과거를 버리고 새롭게 나아가고 싶어요."

최근 정정훈 촬영감독 등이 활발한 할리우드 활동을 이어가는 것처럼 그 역시도 해외 에이전시를 통해 다양한 작품을 제안받고 있다고. 그럼에도 그는 한국의 좋은 작품들이 계속 예정돼 있다 보니 후일로 미루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 가운데 그는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으로 호흡을 맞춘 봉준호 감독과 애니메이션 작업을 예정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칸 영화제 등을 통해 '기생충' 차기작으로 심해어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월 시나리오와 스크립트가 완성됐으며, 제작 완료는 2025년 혹은 2026년으로 예상된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봉준호 감독 애니메이션의 비주얼 라이팅을 맡게 됐다"라며 "실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것처럼 빛의 움직임 등을 만들 예정이다.
할리우드는 이미 로저 디킨슨 같은 촬영 거장이 애니메이션 '월-E' 시네마 포토그래피에 참여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작품은 엄청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고 현빈이 주연으로 나서는 영화 '하얼빈'에도 참여한다.
그는 "시베리아에서 촬영을 해야 하는데 러시아 전쟁 때문에 어려워진 상황이다"라고 말한 뒤 "올 겨울부터 비슷한 장소를 찾아 촬영을 준비할 예정이다.
외국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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