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전주영화제]홍경표 촬영감독, 자연의 경이 맛본 '유랑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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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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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 촬영 막바지에봉준호 감독이 '이상일 감독이 신작 작업을 함께 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줬어요. 처음에는 스케줄이 너무 타이트해서 고사할 뻔 했는데,어떻게든 조정을 해서라도 꼭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브로커' 촬영 뒤로 넘어가게 됐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촬영 직후 '유랑의 달' 작업에 돌입한 홍경표 촬영감독은 "'브로커' 이전에 '유랑의 달' 제의가 있었다"라고 밝히며 이상일 감독과의 접점에 봉준호 감독이 자리했다고 전했다. 영화 '유랑의 달' 스틸컷.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이상일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이 첫 호흡을 맞춘'유랑의 달'은 지난 28일부터 진행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관객에게 선보이게 됐다. 번역된 시나리오를 받아보기에 앞서 원작을접한 홍경표 촬영감독은텍스트의 표현력과 디테일한 감정들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소설을 읽고 책장을 딱 덮으면 아련한 감정으로 다가오는 것들이 있잖아요. 디테일한 것들을 차치하더라도 말이죠. 무엇보다 소설을 읽으면서 '아, 이 소설가가 영화를 좋아하는 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이후 이상일 감독의 시나리오를 받고선 약 두 시간 안에 복잡한 공간과 소설이 지닌 감정을 압축한 것에 감탄을 표했다. '기생충'을 끝으로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함께하던 촬영팀을 해체한 그는 '다만악'에 이어 '유랑의 달'에서도 새로운 스태프와 호흡했다. 또한 일본 촬영 시스템 자체는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며 "한국의 옛날 방식과 비슷하다. 홍경표 촬영감독.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일본 스태프와 촬영한 '다만악'과 일본 감독과 함께한 '브로커'가 있었지만, '다만악'의 경우 짧은 로케이션 일정이었던데다 '브로커'는 한국 스태프와 함께했다. 팬데믹이 겹친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 온오프라인 로케이션 투어가 이루어진 '유랑의 달'은 홍경표 촬영감독만의 감각적인 장면이 즐비해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그는 "일본은 공기가 깨끗하고 무엇보다 도시가 아름답다. 영화 '유랑의 달' 스틸컷. 사진=전주국제영화제 특히 홍경표 촬영감독은 수차례 자연의 경이를 맛봤다고 전했다. "영화 속 달은 모두 실제로 촬영한 것들이에요. 영화에 있어 달이 중요했기 때문에 아주 작정을 했죠. '브로커' 마지막 촬영을 부산에서 진행했는데, 쫑파티를 하고 바닷가로 나서는데 달이 떠있길래 그걸 찍어다 이상일 감독에게 보내기도 했어요. '유랑의 달'이라는 게 아직 날이 밝을 때 보이는 달 느낌도 있어서 놓치지 않고 찍어서 보내준 거죠. 일본 촬영팀에게도 달이 보일 때마다 항상 찍어 두라고 했어요. 일본은 우리보다 달이 더 잘 보이더라고요." 모든 촬영이 맑은 날을 요하는 건 아니었다. "후미와 사라사가 우산을 받쳐 들고 다리를 건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쏟아지는 장면이 있어요. CG가 아니라 배우들이 걸어가는 순간 실제로 해가 나온 거거든요. 이 장면이 두 사람의 미래를 그리는 운명적인 느낌도 있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럭키한 장면이 나올 수 있었을까'라고 할 정도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꼈어요." 그는이렇게나 자연이 도와준 것은 '버닝' 이후 처음이라고 덧붙이며 "인위적으로 장면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자연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 홍경표 촬영감독. 사진=뉴스1 1989년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촬영 보조로 일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인 홍경표 감독은 1994년 가수 김수희가 감독을 맡은 '애수의 하모니카'로 촬영감독으로서의 출발선을 끊었다. 약 30년 간 영화에 매진해온 그는 여전히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며 "기술적인 새로움보다 정서적이거나 감정적인 새로움을 얻고 싶다. 오랜 시간 촬영에 푹 빠져있을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현장이 너무 좋다. "지금보다 더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때는 이전 것을 모두 잊어버리고, 뒤돌아보지 않고, 새롭게 쌓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잊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잊혀지지는 않겠지만 과거를 버리고 새롭게 나아가고 싶어요." 최근 정정훈 촬영감독 등이 활발한 할리우드 활동을 이어가는 것처럼 그 역시도 해외 에이전시를 통해 다양한 작품을 제안받고 있다고. 그럼에도 그는 한국의 좋은 작품들이 계속 예정돼 있다 보니 후일로 미루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 가운데 그는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으로 호흡을 맞춘 봉준호 감독과 애니메이션 작업을 예정하고 있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봉준호 감독 애니메이션의 비주얼 라이팅을 맡게 됐다"라며 "실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것처럼 빛의 움직임 등을 만들 예정이다. 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고 현빈이 주연으로 나서는 영화 '하얼빈'에도 참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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