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영. 사진=티빙티빙 오리지널 '괴이'에서 한석희(김지영 분)는 상당히 특이한 캐릭터다.
보통 영화·드라마에서 경찰이 직업인 인물은 성격이나 행동이 강하게 묘사되는 데 반해, 한석희는 평범하게 아들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일 뿐이다.
또 한석희는 초자연 현상이 벌어지는 '괴이' 세계관에서 누구보다 현실적인 감각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특별하지 않은 것'이 특별하다.
'괴이'는 영화 '부산행', 넷플릭스 '지옥' 등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쓴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 조금씩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연니버스'에 대한 김지영의 생각도 궁금하다.
김지영은 "무서운 걸 잘 못 보는 편"이라며 "'괴이'도 1/3은 눈을 가리고 봤다.
때문에 몇 번을 다시 봐야 한다"며 웃었다.
그는 "괴이하고 이상하고 무섭고 고통스러운 환경 속에서도 항상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인간에 대한 사랑만으로 이 모든 것을 물리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며 "세상이 점점 더 험해지면서 연상호 감독이 그런 주제의식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소신, 자신의 스타일로 펼치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진다.
같이 작품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지영은 "'괴이'에서 생각보다 걱정했던 부분이 많았다"며 "아들 한도경 역을 맡은 남다름 배우와 액션신을 찍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
귀불에 현혹돼서 공격하려고 했다가 다시 엄마로서 보호하려고 한다.
시청자분들이 '저게 뭐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실까 봐"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 시청자분들이 워낙 수준이 높아서 의지에 따라 귀불에 저항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실 것 같았다.
주변에서도 마음을 조종당할 수 있다는 게 무서웠다고, 이해를 잘하시는 것 같았다"며 "저는 좀 어려웠는데 다행이었다"고 밝혔다.
배우 김지영. 사진=티빙시청자들은 6회에 걸쳐 진양군에 벌어진 사건을 들여다보지만, 극 중 사건이 벌어진 시간은 하루 정도다.
김지영은 "웬만한 드라마는 계절도 바뀌고 시대도 바뀐다.
하지만 '괴이'는 그게 아니라 한 옷으로, 긴 촬영 기간 동안 무엇을 위해 가고 있는지를 계속 각인시켜야만 했다.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며 "감독님께서도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전에 찍었던 건 이랬습니다'라고 매번 보여주셨다.
맥이 끊기지 않게 유지해 달라는 주문인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한석희는 정기훈(구교환 분)과 함께 진양군으로 향하며 귀불로 인해 벌어진 참상을 수차례 목격했다.
정기훈은 아내 이수진(신현빈 분)을 제외하면 진양군에 연고가 없는 데다 '귀불'에 대해 알고 있어 사건을 마주해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진양군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한석희는 주변인들의 변화에 충격을 받는다.
김지영은 "제가 가장 아끼는 경찰 동료가 저를 해하려고 하다가 자살하는 장면이 가장 충격적이었다"며 "실제로도 촬영할 때 탕 소리가 나서 뒤를 봤는데, 이미 쓰러지고 있었다.
쓰러지는 게 믿어지지도 않았고 그냥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였다.
기훈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정신을 못 차렸다"고 털어놨다.
배우 김지영. 사진=티빙초자연적현상에는 어쩔 수 없이 힘을 쓰지 못하지만, 한석희는 오랜 기간 경찰 생활을 한 덕분에 날렵한 호신술을 구사하기도 한다.
또 아들 한도경과는 마지막에 힘싸움이 동반된 거친 격투를 한다.
김지영은 "한두 달 정도, 매일매일 액션을 배우러 갔다.
순경, 경찰, 제 아들 등 생각보다 제가 액션으로 붙는 사람이 많다"며 "액션 스쿨에 제가 제일 많이 다녔는데 나이가 있다 보니 좀 힘들었다"며 웃었다.
귀불에 홀렸던 한석희, 한도경이 정신을 차리고 서로를 끌어안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김지영은 "저도 아이가 중학생이고 한창 사춘기다.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서로에게 아픔을 줄 수밖에 없는 가족들 간의 느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며 "남다름 씨고 아역부터 시작해서 엄마랑 많이 다녔다고 한다.
처음 리허설할 때 마지막 감정신까지 쭉 가봤는데, 남다름 씨가 저한테 안겨서 엉엉 울었다"고 전했다.
이어 "다름 씨가 아역 생활을 하고 자라오면서 항상 엄마가 옆에 있었는데, 못되게 굴었던 것들이 생각났다고 한다.
어깨에 한동안 걸쳐놓고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도닥였다"며 "감정을 크게 쏟아낸 것도 아닌데, 그냥 둘이 살아왔던 모자 관계가 잘 드러난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엄마와 아들 관계로 호흡을 맞춘 남다름에 대한 칭찬은 계속 이어졌다.
김지영은 "남다름 배우가 나이답지 않게 굉장히 성숙하다"며 "군대 가기 전에 문자도 왔다.
최근에도 연락이 왔다.
'괴이' 잘 봤다고 그러면서, 볼 때마다 같이 찍었던 신들이 생각났다고 하더라. 군대 나오면 술 한 잔 하자고 그랬다"고 밝혔다.
배우 김지영. 사진=티빙정기훈, 한석희가 마을로 향하는 과정은 '괴이'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정기훈 역을 맡은 구교환에 대해 김지영은 "그렇게 잘생긴 줄 몰랐다", "너무 멋있었다", '잇 아이템'이라는 표현을 쓰며 "꼭 갖고 싶은 배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케미가 식기 전에 다른 작품을 또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구교환 씨의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되게 여러 가지 버전을 찍었는데, 방송에 나온 것뿐만 아니라 저희들끼리 했던 것 중에도 좋은 것들이 많았다.
작업하는 매 순간이 행복했다"고 전했다.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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