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스젠더 가볍게 소비하기 싫었다"…쓰임있는 배우 박지빈의 진심[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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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대중의 뇌리에 깊이 박힌 아역 이미지를 당장 탈피하고 싶다는 마음은 없다.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할 테고, 연기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되니까.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도 그랬다. 트렌스젠더 캐릭터로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어른이라서 가능했던, 영리한 선택이었다. 20대 후반에 데뷔 22년 차를 맞은 배우 박지빈(27)의 이야기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평범한 동네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마트 사장, 캐셔, 지구대 순경이 영수증을 단서로 추리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슈퍼(마켓) 코믹 수사극이다. 극 중 박지빈은 MS마트 생선 코너 담당자 생선 역을 맡았다. 생선은 초반부터 범인으로 지목돼 긴장감을 불어넣었고, ‘성전환증’이라는 반전으로 전율을 느끼게 했다. 대본이 재밌어서 작품을 택했다는 박지빈은 특히 생선의 필요성에 끌렸다고 밝혔다. 그는 “대본을 3~4부까지 봤는데 생선이라는 역할이 꼭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이 친구가 왜 트렌스젠더가 되었는지 설명이 들어가지 않으면 불필요한 인물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슈를 만들기 위해 (성전환증을)다뤘다고, 우리의 표현 의도가 왜곡될까봐 우려됐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의 심정은 ‘부담’보다 ‘조심스러움’에 가까웠다. 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미지를 답습하지 않고 본질에 접근하려고 노력한 이유다. 그는 “3부 마지막 안대성(이광수 분)이 나를 취조하는 장면이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했다”며 “트렌스젠더 캐릭터가 가볍게 소비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전했다. 그의 진심은 통했다. 그는 “SNS로 ‘너무 잘 봤다. 가볍게 소비하지 않아서 감사하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보낸 분 계정에 들어갔더니 트렌스젠더셨다. 뿌듯하면서도 뭉클했다. 되게 감사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최고의 칭찬이었다”고 만족해했다.
생선의 내면은 물론, 스타일링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인기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의 도움을 받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배우로 만난 두 사람은 10년이 넘도록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같이 일을 재밌게 할 수 있을까 했다. 전역하고 복귀를 누나 채널에서 하겠다며 농담도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운 좋게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 ” 그는 “우려보다는 잘 나오지 않았나 싶다”며 자신의 캐릭터 표현에 만족했다. 이어 “여장한 내가 나왔을 때 흐름을 튼싶지 않았다. 거부감이 없어야 하는 게 첫 번째였다. 다행스럽게 그런 반응은 없었다”며 “하이힐이 화면에 잡힐 때 가장 신경 썼다. 아무래도 걸음걸이에서 티가 많이 난다. ‘많이 연습했나 보다’ 그런 댓글을 보면서 혼자 감사드렸다”고 밝혔다. 자신만의 소소한 목표도 이뤘다. 여자로 분장한 자신을 보고 도아희(설현 분)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는 “딱 한 번이라도 (이)광수 형이 나를 아희랑 착각하고 인사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광수 형은 처음에 이미 알고 왔다. 대신 시민분한테 성공했다. 메이크업을 수정하러 들어가는데 ‘설현인가 봐’라고 하시더라. 설현이한테 미안했다”며 웃었다. 생선을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지점은 또 있었다. 그가 마트 손님을 상대하는 신은 평소 말이 없던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했다. “대본에는 두세 줄만 있었다. 랩도 해보고 노래도 해봤다. 경매장 말투를 보고 연습했다. 마트와는 다르지만 드라마적인 요소가 필요했다. 여담이지만 ‘우리들의 블루스’ 이병헌 선배님도 그런 신들이 있었다. 내가 촬영하기 전에 하셨다면 참고했을 것 같다. ” 2001년 뮤지컬 ‘토미’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박지빈은 어느덧 데뷔 21주년을 맞았다. 줄곧 막내였던 그는 이제 웬만한 현장에서 대선배로 통한다. ‘살인자의 쇼핑목록’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다들 나를 놀린다. ‘광수 선배님 준비할게요’ 하면 (이)광수 형이 ‘내가 왜 선배야’라며 장난치고 그랬다”며 “스태프분들 나이가 다 어리다. 신기하다. 옛날에는 다 형, 누나들이었다. 나도 습관이 돼서 ‘안녕하세요’ 하면 형 아니라고 하신다”고 미소지었다. 그는 ‘아역 출신’이 주는 부담감은 있지만, 억지로 꼬리표를 떼어내고 싶진 않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자신을 어리게 보는 시선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어릴 때부터 연기했고 청소년기에도 활동했다. 대중에게 커가는 모습이 공개됐지 않나. 같이 나이를 먹고 있기 때문에 내가 60살이 돼도 어리게 보실 것 같다. 할머니 눈에는 늘 똑같은 애다. 결혼해도 그렇다. 내가 열심히 활동하면 다르게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 현재 방영 중인 KBS2 ‘붉은 단심’에서 과거 이태 역을 맡은 것만 봐도,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는 “제안을 받았을 때 왜 내가 필요한지 의문이었다. 내 또래 중에 충분히 잘 해낼 배우가 분명히 있을 텐데 혹시 나한테만 기대하는 모습이 있으신가 했다. 이준 형이 시작하고 끝을 내기 때문에 과거 이태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지 않을까 했다. 감독님이 꼭 필요하다고 하셔서 대본을 계속 봤다. 민폐 끼치지 말자는 생각이 컸다. 잘 봐주신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얘기했다. 박지빈은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자신의 쓰임을 고민하며 묵묵히 걸어갈 계획이다. 그는 “작품에서 나를 필요로 해야 나도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작품을 마치면 인터뷰를 하고,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20년 후에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현장이 즐겁다. 같이 연기해온 또래 친구들도 다 똑같다. 20대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배우들이다. 데뷔한 지 40년이 된다면 나는 40대 배우가 돼서 만나 뵙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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