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국과 아세안이 10일 최고 단계 파트너십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를 수립했다. 북한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과 아세안은 앞으로 정치·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전략적 공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사이버·디지털·기후변화 등 경제·산업 부문에서도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이어간다.
윤 대통령은 이날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을 선포했다. 한국과 아세안은 1989년 부분 대화 관계를 시작한 이후 2004년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 2010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고 이번에 최고 단계 파트너십까지 맺었다. 대통령실은 "한·아세안 관계가 이제 최상의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증표"라고 설명했다.
아세안은 대화 상대국 11개국 중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5개 국가와만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고 단계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국과 아세안은 새로운 미래의 역사를 함께 써나갈 것"이라며 "한국은 아세안 중시 외교를 이어가는 가운데 공동 번영의 파트너로서 전방위적이고 포괄적인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CSP 공동성명 채택으로 한국과 아세안은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3개 핵심축을 중심으로 미래지향적인 협력 비전을 제시했다.
우선 정치·안보 분야에선 다음 달 한·아세안 국방장관회의를 처음 대면 개최하고, 아세안의 사이버안보 역량 강화 지원을 비롯한 전략적 공조와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이 전날 남한과 연결된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단절하고 요새화 공사를 시작하며 남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한·아세안이 앞으로 대북 문제에서도 긴밀히 공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핵 도발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단합된 의지와 행동만이 역내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과 아세안은 경제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한다. 내년 한·아세안 싱크탱크 다이얼로그를 출범해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함께 대응한다. 또 연내 한·아세안 디지털 혁신 플래그십 사업에 착수하고, 스마트시티 등 친환경적 미래 사회 구축을 위해 협력한다. 윤 대통령은 앞서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아세안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시장 중 하나"라며 디지털전환(DX)과 친환경 분야에서 적극 협력하겠단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 외에도 사회·문화 분야에서 향후 5년간 아세안 출신 학생 4만명에 대한 연수 사업을 추진하고, 내년 이공계 첨단분야(STEM) 장학생 사업을 발족하는 등 청년과 미래 세대를 위한 토대를 구축한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까지 내다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함께 도모하자는 취지다. 한국과 아세안은 지난 35년간 교역 23배, 투자 80배, 인적교류 37배 증가하는 등 다방면에서 밀착하고 있다.
한국과 아세안은 공동성명에서 '남중국해에서 평화, 안정, 안보, 안전 그리고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에 따른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유지하고 증진하는 것의 중요성을 지속 확인한다'라고 선언했다. '보편적으로 인정된 국제법 원칙에 따른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국제법에 대한 존중을 증진한다'라고도 규정했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군사 활동을 벌이는 중국을 견제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라오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도 개최한다. 이시바 총리가 취임한 지 9일 만에 이뤄지는 첫 만남이다. 다자회의를 계기로 짧은 시간 만나는 만큼 구체적인 현안을 논의하긴 힘들지만 엄중한 안보 환경 속 한일이 더욱 안정된 협력 관계를 구축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캐나다·호주·라오스·베트남·태국 정상과도 양자회담을 연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