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올해 사들인 '매입형 임대주택'이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주택 세대구성원인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 주거 취약계층, 신혼부부 등에게 쾌적한 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정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SH에서 제출받은 '매입형 임대주택 연도별 매입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실적은 169호였다. 올해 목표가 6150호인 점을 감안하면 2.7%에 불과하다. 유형별 매입실적은 일반 81호, 원룸 35호, 신혼부부 34호, 공공전세 19호 등이었다.
이는 지난 5년간 매입 실적과도 상반된다. 2017년 2262호, 2018년 2500호, 2019년 4412호, 2020년 7200호 등으로 목표치를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목표 7500호 대비 60%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지난해 11월 김헌동 SH 사장 취임 후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매입형 임대주택을 줄이고 전세임대를 늘리겠다는 생각을 밝혀왔다. SH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이 임대주택으로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다보니 매입을 선별적으로 하고 또 다르게 할 수 있는 공공임대 아파트 등을 알아보다보니 실무 부서에서도 상대적으로 매입형 임대주택 공고를 덜 내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재정 어려움도 한몫했다. 국고보조금, 시 출자금, SH 자금 등이 함께 들어가고 있지만 신축 빌라 매입 단가가 2년 새 크게 오르면서 재정 부담에 맞닥뜨렸다는 게 SH의 설명이다.
게다가 매입가의 상한선이 있어서 매도자도 큰 수익을 기대하지 못해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SH 관계자는 "감정평가를 해서 주택을 사는 데 예산 한계가 있어서 다세대 주택은 5억원 이런 식으로 상한가를 두고 있다"며 "그 이상으로 감정평가가 됐다 할지라도 5억원만 주고 산다고 매입 공고문을 내다 보니 사업자 입장에서는 SH에 안 팔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불안을 우려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서울은 땅이 없다보니 다른 공공임대주택 유형은 공급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매입형 임대주택이 가장 취약한 계층들이 가는 곳인데 이렇게 줄이면 가장 생활이 어려운 분들, 그 다음 청년과 신혼부부 등이 다 문제가 될 것"이라며 "2010년에서 2015년 사이에 주거복지를 좀 덜했을 때 고시원 등이 많아졌는데 이렇게 되면 또 고시원이 잔뜩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전국 집값이 폭등했고 전세난으로 시민 고통이 컸다"며 "새 정부와 서울시장은 신혼부부, 청년 등 주택공급에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는 매입형 임대주택의 실적 제고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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