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삼성이 약 13조원으로 추산되는 상속세 납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재산을 사회환원하고 세금 연부연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미술품을 세금 대신 납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국회에 계류돼 있는 관련법 개정안의 처리 속도와 세칙에 따라 추후 물납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측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 상속분에 대한 상속세 신고 납부 시한인 오는 30일을 앞두고 이 회장의 사재 일부와 이른바 ‘리 컬렉션’으로 알려진 고가의 미술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거나 재단에 기부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1만3000여점에 달하는 ‘리 컬렉션’의 가치다. 이들 미술품은 감정가만 2조5000억~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술품은 상속가액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삼성 측은 1조~2조원 가량의 미술품을 기증해 과세 대상에서 제외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안팎의 전망이다. 그 외 상속 미술품에 대해서는 현행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52조 2항 2호)에 따라 납세자가 2인 이상의 전문가가 감정한 가액의 평균액을 기준으로 세액을 추산한다. 해당 가액이 3인 이상 전문가(국세청장 위촉)로 구성된 감정평가심의회에서 감정한 액수에 미달하는 경우엔 그 감정가액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하게 된다.
조세법상 세금은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법인세와 상속세, 증여세, 양도소득세, 지방세 중 재산세 등의 경우엔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에 한해서만 물납을 허용하지만 미술품은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 낼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자산가를 위한 특혜라는 반대에 부딪혀 계류된 상태다. 해외 유출 방지를 위해 미술품을 되팔지 않고 국내 공공 미술관에 전시를 맡길 경우,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이 상속세를 분할납부하는 연부연납을 선택한 상태에서 해당 개정안이 통과, 시행될 경우 남은 세액에 대한 물납을 시도할 수 있다. 다만 부칙으로 정해질 구체적인 시행시기나 소급 여부 등에 따라 물납 적용 대상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연부연납은 상속세 신고 당시 세액의 6분의1일 내고 나머지 6분의 5을 나눠 납부하는 것으로, 납부 횟수는 최대 6회다. 이를 위해서는 상속 지분 일부를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
용인시 소재 에버랜드 부지에 대한 상속세도 관심을 끈다. 토지 상속재산가액을 결정하는 기준은 '시가'인데, 이는 상속개시일(사망일) 2년 전부터 이후 15개월 사이 동일한 토지의 매매가액을 가리킨다. 그러나 동일 토지로 간주할 만한 매매 사례를 찾기 힘든 에버랜드 토지의 경우 감정평가액을 시가로 간주하게 된다. 2015년 당시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의 에버랜드 부지 가치를 3조2000억원으로 평가했지만 회계법인의 평가액은 그보다 훨씬 낮은 9000억∼1조8000억원에 그쳤던 바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