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올해 1분기 카드사들이 당기순이익이 급증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나면서 카드 이용액이 늘어난 데다 할부금융·리스 사업 등 사업다각화에서도 성과를 내면서다. 다만 이 같은 호실적에도 카드사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눈치다. 올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호실적이 수수료인하의 명분이 될 수 있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실적을 발표한 삼성카드는 올 1분기 13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동기 대비 23.4% 증가한 규모다. 앞서 성적표를 받은 카드사들 역시 두 자릿수 이상의 순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의 당기순익은 1681억원으로 전년보다 32.8% 신장했다. KB국민카드는 72.4% 급증한 1415억원을 달성했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도 각각 41.2%, 139.4% 뛴 720억원, 725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 같은 호실적에는 코로나19로 억눌린 소비가 살아나면서 카드 이용금액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또 할부금융과 리스 등 카드사들의 사업다각화 노력이 성과를 보였다. 신한카드의 할부금융과 리스 영업수익은 각각 372억원, 75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7%, 21.3%씩 증가했다. KB국민카드의 할부금융·리스 영업수익 역시 63.5% 급증한 394억원으로 나타났다.
연체율 하락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크게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로 인한 대출만기연장, 이자상환유예 등의 조치로 연체율이 줄어들면서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쌓아 둬야하는 대손충당금이 감소한 것이다. 실제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1.35%에서 올 1분기 0.96%로 0.39%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는 0.86%, 우리카드는 0.85%로 각각 0.38%포인트, 0.49%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는 올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102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9% 감소했다.
호실적에도 카드업계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대출 만기연장, 이자상환유예 등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조치로 당장은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어 당기순이익이 늘었지만, 연장조치가 끝나는 9월이면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호실적이 되레 수수료 인하의 명분이 될 수 있기에 호실적을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하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9월 정부의 연장조치가 끝나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할 수 있다"며 "이 같은 호실적이 지속될지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체율 하락 등의 착시효과로 실적이 잘 나왔지만 가맹점 수익은 원가수준"이라며 "다른 데서 실적이 잘 나온 것을 두고 수수료율 인하 여력이 있다고 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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