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한국 증시에서 3번째로 허용됐던 공매도 금지가 역대 최장기간(14개월)을 뒤로 하고, 오는 3일 재개될 예정이어서 개인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줄어드는 등의 긍정적인 영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지만, 일부 종목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들이 경계하는 종목은 최근 대차잔고가 급증하거나 실적이 부진하고 실적 전망치가 하향된 종목 등이다.
27일 코스콤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대차잔고 증가율이 높은 코스피200 종목으로는 카카오(80.60%), CJ CGV(79.90%), 현대중공업지주(72.50%), 한화시스템(63.80%), 보령제약(59.30%), 일양약품(58.50%) 등이 꼽혔다. 코스닥150 종목 가운데는 고영(84.00%), 펄어비스(83.90%), 씨젠(70.80%), 에이치엘비생명과학(60.30%), 다원시스(59.00%), 한국기업평가(52.70%)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현재 시가총액 대비 대차잔고 상위 종목으로는 케이엠더블유, CJ CGV, 두산인프라코어, 호텔신라, 씨젠, 셀트리온, GS리테일, NHN한국사이버결제, JYP엔터테인먼트, LG디스플레이, 파트론, HMM, 넷마블, 한국콜마, 아프리카TV, 삼성중공업, LG화학, 카카오게임즈, 하나투어, LG이노텍 등이 꼽힌다.
물론 대차잔고 증가가 반드시 공매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들 가운데 일부 종목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발행이 있었던 종목으로, 공매도를 활용하면 수익의 확정이 가능하므로 공매도 재개시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CB 혹은 BW를 활용한 차익거래는 이미 모든 것이 시장에 알려진 상태다. 전환가격보다 현재 주가가 낮다면, 전환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공매도 역시 나오지 않는다. 또한 주가가 전환가격 이상으로 높아지게 된다면 공매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대차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며, 이 경우 대차비용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이들 종목에 대한 대차잔고 증가는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의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차잔고가 늘었다고 해서 물량이 반드시 공매도로 출회되는 것은 아니고, 공매도는 하락을 예측해 진행되는 매매가 아니기 때문에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공매도가 진행되지도 않는다"면서 "오히려 실적 부진이 예상된 종목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된 종목이 예상보다 더 부진하거나, 실적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주가가 상승했던 종목의 실제치가 전망치를 하회하는 경우에는 그동안의 상승에 대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유안타증권은 1분기 실적 부진이 도드라질 수 있는 종목으로 CJ CGV, 제이콘텐트리, GKL, 한국전력, 현대위아, 한국항공우주, 에스에프에이, 이노션, 컴투스, 한미약품, 펄어비스 등을, 실제치가 전망치를 하회할 경우 시장 기대가 무너질 수 있는 종목으로는 HMM, 실리콘웍스, 현대건설기계, 아프리카TV, 카카오, 대한유화, 풍산, 현대일렉트릭 등을 꼽았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의 공매도 거래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종목 중에서 평균회귀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군을 대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매도 재개는 증시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례 없이 긴 공매도 금지 속에서 비정상적인 수급 등이 나타나며 지수 변동성을 지나치게 키웠던 부작용이 사라지고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의 헤지 수단이 선물 매도로 제한되면서 비정상적인 백워데이션(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길어졌고, 차익 거래를 부추기며 코스피의 변동성을 키웠다"면서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백워데이션이 사라지고 지수 역시 안정적 흐름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가능할 경우 헤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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