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의회에 연방정부의 채무한도 적용 유예 기한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2019년 7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연방정부 지출을 확대키로 하면서 채무한도를 2년간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 유예 기한이 오는 7월31일 만료된다. 의회가 채무한도와 관련해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지 않는다면 연방정부 채무한도가 적용돼 연방정부가 추가적으로 채권을 발행해 현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된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재무부는 연방정부가 더 이상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되면 임시 조치를 취해 연방정부를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무부가 언급한 임시조치는 연금펀드 등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거나 새로운 투자를 중단하는 등의 방법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미국 정부는 몇 차례 채무한도를 초과해 임시 조치로 연방정부를 운영한 바 있다.
재무부는 유예 기한 만료 시점인 7월 말에 정부 보유 현금이 당초 예상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면서 세금이 예상보다 더 많이 걷힐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코로나19 때문에 얼마나 오랫동안 예외 조치로 연방정부를 운영할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예상보다 빨리 연방정부의 현금이 소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는 미국 국채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해짐을 의미한다며 금융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낸시 반덴 후텐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임시조치를 취한 상황에서 정부 재정이 고갈되는 시점이 당초 9월에서 10월 말로 늦춰졌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고갈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다고 설명했다.
미국 의회는 7월 말부터 휴회에 돌입해 9월에 다시 개회할 예정이다. 재무부는 그 이전에 채무한도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 의회는 1917년 채무한도 규정을 만들었다. 이전까지 연방정부는 채권을 발행할 때마다 의회 승인을 받았다. 채무한도를 설정한 뒤에는 재무부에 주어진 한도까지 의회 동의 없이 채권을 빌행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채무한도는 제정 이후 98번 상향 또는 개정됐다.
민주당은 향후 채무한도 상향조정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법제화된 1조9000억달러 경기부양법에 애초 연방정부 채무한도 증액안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했다가 최종적으로 배제했다.
한편 재무부는 향후 2개 분기 동안 약 1조3000억달러 가량을 차입할 계획이다. 이날 채권 발행 계획과 관련해 별다른 중요 변화는 없으며 다음주에 예정된 1260억달러 규모 장기 채권도 예정대로 입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오는 11일 3년 만기 국채 580억달러어치를 입찰한다. 이어 12일에는 10년 만기 국채 410억달러, 13일에는 30년 만기 국채 270억달러어치를 입찰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실행 또는 제안됨에 따라 계속해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 재정적자를 우려해 국채 발행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재무부는 현재로서는 채권 발행 규모를 줄일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월가에서는 이르면 8월부터 재무부가 채권 입찰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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