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카카오뱅크 청약 여파에 투자자예탁금과 신용공여잔고 등 증시대기자금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박스권에 갇힌 증시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6일 현재 예탁금은 71조6646억원으로 집계됐다. 52거래일만에 70조원대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역대급이다. 지난 7일 71조579억원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최근엔 지난 23일 70조원을 기록한 후 26일 기준 66조원 수준으로 주춤한 상태다.
신용공여 잔고도 지난 19일 24조7713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6일 기준 24조5846억원으로 소폭 줄어든 상태다. ‘빚투’ 논란과 함께, 돈을 빌려줄 여력(여신한도)이 바닥난 증권사들이 신용공여 제공을 중단한 여파가 아니었다면 지속적으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증시에 자금이 몰린 것은 카카오뱅크 기업공개에 따른 자금 유입이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7일 마친 카뱅 청약에는 58조3020억원이 몰렸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80조9000억원)나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한 금액이다. 하지만 BNK투자증권의 고평가 논란과 중복 청약이 불가했다는 점 등을 미뤄보면 이름값은 한 것이다.
카뱅 여파에 따라 향후 증시대기자금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약을 받지 못한 환불 증거금이 대기자금으로 묶이기 때문이다. 카뱅의 환불 증거금은 일반청약물량 1636만2500주에 우리사주조합의 실권으로 인해 일반 청약 물량으로 나온 34만주를 더한 1670만주 정도가 청약 물량으로 보고 주당 공모가 3만9000원을 적용하면 약 6513억원 정도가 일반 공모액인 것으로 추산된다. 약 57조원가량이 증시대기자금으로 다시 환원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일시적으로 몰려든 대기 자금이 증시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4월말 진행된 SKIET의 IPO 환불 증거금은 다음달 3일 풀렸는데, 당시 청약으로 인해 예탁금은 73조원에서 59조원으로 줄었다가, 증거금 환불에 따라 77조원까지 커졌다. 당시 코스피는 3100선에서 박스권에 갇혀 있었는데, 증거금이 환불된 3일 3147.37에서 7일 3249.30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지속적인 상승세는 보이지 못했고 예탁금은 다시 60조원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늘어난 대기자금이 증시에 우호적일 것이라는데 무게를 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예탁금의 증가와 신용공여 잔고의 증가는 증시를 보는 투자자들의 관점이 매우 긍정적이라는 것을 말한다"며 "증시에 유동성이 많아진다는 것은 증시 상승에 있어 굉장히 시장환경이 좋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PO의 활황은 시장의 고점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의 경우 대규모 IPO가 하반기에 몰리면서 증시에는 오히려 악재로 여겨졌는데, 당국이 대형 IPO의 공모 규모를 줄이고 분산시키면서 시장에 주는 부담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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