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조직 개편을 추진했다. 국정철학을 빠르게 전달하는 방편으로 부처를 통폐합하거나 조직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활용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부터 외환위기라는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내세웠다. 고통 분담 차원이다. 공무원 조직과 정원을 줄였다. 재정경제원을 재정경제부로 개편하고 외환위기 충격파를 완화하기 위해 대응체계를 갖췄다. 노무현 정부는 조직 개편 대신 기능 재조정에 집중했다. 정부 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여 공직사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미였다.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부, 행정자치부, 산업자원부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했다. 통계청과 기상청은 차관급 기구로 격상시켰다.
이명박 정부의 키워드는 부처 간 통폐합이다. 유사·중복 기능을 가진 부처를 통합해 11개 기관을 줄였다.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을 대통령실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기획재정부로 통합했다.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과학기술부로 합쳤다. 임기 중반에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청소년, 가족 기능을 여성부로 이관하고 부처 명칭을 각각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로 개편했다. 박근혜 정부는 ‘작은정부’를 내세워 고유 기능과 전문성에 집중했다. 과학·정보통신기술과 연관된 ‘창조경제’ 컨트롤 타워로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고, 외교통상부와 기획재정부의 통상교섭 관련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동시에 경제부총리도 신설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안전처를 만들고, 구조 실패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청을 해체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공정과 혁신의 경제 모델을 구축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고,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름을 바꿨다. 행정자치부와 국민안전처를 통합해 행정안전부를 설치하며 국가 재난관리 체계도 새롭게 만들었다.
현 정부 들어서는 국방 분야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다. 국방부 제2 차관제를 신설하고 방위사업청의 기능을 가져올 예정이다. 방위사업청은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방획득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며 국방부의 무기 획득 권한을 분리해 2006년 1월 창설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은 비대해지고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있음에도 ADD에서 분리된 국방기술품질원이 생겼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산하에 또 다른 연구기관을 신설했다. 국방 연구개발의 혼선과 중복 투자가 이어지는 셈이다.
문제가 이어지자 한때 국방부 제2 차관제가 논의된 적도 있다. 국방부에는 2차관을 신설해 방위력 개선과 전력 운영을 전담케 하고, 방사청은 대폭 축소하자는 취지였다. 앞장선 인물은 장수만 전 국방차관이다. 임기 내내 기자들에게 방사청을 국방부 소속으로 바꾸고 ‘제2 차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청장으로 임명되자 돌연 입장을 바꿨다. 청장은 "잘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오해"라며 "방사청을 외청으로 두는 게 옳다"고 했다. 청장이 된 뒤, 국방부의 간섭을 받기 싫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부 조직 개편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효율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그동안 군이 무기를 도입하려면 복잡한 관료 시스템을 거치며 변질되기 일쑤였다. 도입 절차만 복잡해져 무기 도입 시기만 늦어졌다. 이젠 국방획득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이것이 ‘K-방산의 신화’를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