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가 이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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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감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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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향기를 잘 기억하는 편입니다. 기억한다 라기 보다는 향기로 과거를 잘 회상 하는 편이라고 할까요.

 

장작이 타는 연기 향기를 맡으면 시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 해질녘 마을 여러 집 들에서 연기가 나오던 풍경이 떠올라요.

심지어는 핸드 크림을 바르는데 갑자기 군 시절이 떠오른 적도 있습니다. PX에서 파는 아트릭스 핸드크림을 군생활 시절 제가 자주 발랐기 때문이지요.

비염이 있어 후각이 예민한 편도 아닌데 가끔은 이런 제가 신기하기도 합니다.

 

각 계절의 공기에서 떠오르는 기억도 모두 달라요. 공기의 온도나 습도에 따라 공기를 들이마시는 코의 느낌이 다르고, 계절 마다 풍겨오는 향기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봄에는 봄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고, 여름엔 풀들이 품어내는 진한 풀향기가 납니다.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풀을 벤 곳을 지나면 풀에서 올라오는 달콤한 향기를 느껴 보셨나요? 이런 식으로 향기를 섬세하게 느끼는 겁니다.

 

그래서 벚꽃이 핀 거리를 걸으면 아주 오래 전 어느 날 캠퍼스 벤치, 이마에 땀을 식혀주던 봄바람과 그녀의 향수와 어우러진 벚꽃의 향기가 나던 그 시간으로 저는 갈 수 있습니다.

자신이 쓰는 것과 같다며 그녀가 선물해 줬던 것과 같은 립밥을 바르면 '립밤에서 뽀뽀할 때 니 입술에서 나는 향기가 나' 라고 하자 변태라며 나를 놀리던 그녀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아요.

 

내 기억은 나이가 들며 점점 옅어 지겠지만 그 향기들은 영원히 감각에 남아 있겠지요. 

 

어제 점심 시간 잠시 밖에 나갔던 시간 동안 불어 오는 바람에서 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인생 가장 행복했던 봄으로 갈 수 있는 날이 오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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